도리도리도리 짝짝짝





WBC 한일 연장: 미국에서 일본인 룸메랑 사는 내 심장은 정말...


아주 새카맣게 타들어가네요.


아 제길.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못하고 저와 달리 매우 들뜬 친구 옆에서 [어, 지금 야구중이야? 난 야구의 야자도 몰라:D]라고하면서 살아야 하는 내가 참 불쌍할 정도입니다, 그려.

내가 진짜 스포츠광이라는게 아니고 실제로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뉴스는 계속 봐왔거든요. 그동안 한국이 승승장구하는거라던지 일본을 이기는거라든지 보면서 얼마나 속으로 박수 갈채를 보내왔는지 몰라요. 하지만 티는 낼수가 없었죠. 100프로 한국인인 나와 100프로 일본인인 룸메와 한 방에서 같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일본인 룸메 정말, 정말 멋지고 참 좋은 친구입니다. 이 학교에서 제일 친한 친구이기도 하고 워낙 공부도 잘하는 근성파라 도움도 많이 받아요. 성격도 얼마나 쿨하고 선한지. 하지만 이런 국가적인 문제가 들어서면 미묘해져요. 우리는 매번 심심할때마다 한국은 이래, 일본은 이래, 오오 신기해, 하면서 깔깔 떠드는 편이지만 그래도 서로가 본인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최고인한 서로가 민감해하는 부분을 건들이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 작년에 여름방학 끝나고 올림픽이후에 제가 학교 돌아왔는데 저와 그리 친했던 중국인 친구들에게 거의 반년동안 생까였습니다. 스포츠가 참 여러나라 사람들에게 민감해지는 문제구나 싶어서 더더욱 조심하려 했지요. 저번에 썼던것처럼 실수로 남의 나라 비하하는 일이 없도록요. 그래서 아예 그 친구 앞에선 WBC의 W도 꺼낸적이 없지요. 근데 현재, 내일 수업도 없겠다 방에서 편히 쉬고 있는데 갑자기 그 친구가 말을 꺼내대요?


친구: 요즘 세계에서 야구한대.
나: (모르는척) 야구?
친구: WBC라고 세계에서 하는게 있나봐.
나: (아 이 친구는 진짜 몰랐나 보구나) 그래? 그런것도 있어?
친구: 어. 근데 지금 한국이랑 일본이 결승전하고 있대.
나: (지금 플레이하는중인건 진짜 몰라서 깜짝) 어, 진짜??
친구: (기쁜듯이) 어 그리고 지금 3-1로 일본이 이기고 있대.
나: ^^.................


우와 미묘하다 미묘하다. 아니 그걸 무엇보다 왜 나에게 이야기 하냐고요, 응?? 내가 그동안 네 앞에서 야구 이야기 하고 싶은 근질근질한 입 열심히 자물쇠 채운건 모를까나? 응?? 그리고 솔직히 [에이 설마 우리 나라가 지겠음?]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켰습니다. 진짜 지고 있대요. 아놔 속이 쓰리지만 티는 안냅니다. 암암. 나라도 내 나라가 이기면 겁나 기쁘겠죠. 난 쿨한 코리안이 될거야라는 생각에 열심히 티는 안내고 (지금까지 안내왔지만) 그냥 제 할일 합니다. 근데 갑자기 친구가 웃습니다.


나: 뭐가 웃겨?
친구: (낄낄) 아냐..
나: ㅋㅋㅋ 뭔데.
친구: 아니 지금 일본 인터넷에서 우스개소리들 올려놓은게 좀 웃겨.
한국이랑 일본을 비교한 글인데 야구말고도 여러가지를 비교해놓더라고...

나: (바로 글의 내용이 뭔지 알았음. 슬슬 열이 받음) ...하하... 그래? 스포츠가 참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거나 보네..
어 근데 나도 인터넷 찾아보니 한국이랑 일본이랑 이번이 붙는게 처음이 아닌데? 많이 붙었었나봐 그동안.
친구: (순간 침묵)
나: .....................(얘도 WBC그동안 봐오고 있었구나!!!!!)


아하, 이거 잘못 건들이다가 3학년 4학년도 같이 방쓰기로 한 애랑 오늘 갈라질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얼른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넘기면서 미묘한 침묵으로 들어갑니다. 갑자기 페이퍼를 쓴다는 친구가 한탄을 합니다.


나: (설마) 왜 그래?
친구: 3-3이야!!!!!!!!!
나: (올커니!!!!! 우리나라 만만세!!!!!!! 하지만 태연한척) ...아 그래?
친구: 마지막판에서 득점해서 동점이야! 이제 연장한대 ㅣ아로아ㅓ롤(애가 흥분하는 모습이 드믄편인데 상당히 흥분중)
나: (슬슬 위험이 느껴진다) 헐, 너 페이퍼 쓴대며! 그거 보지말고 페이퍼나 써! 이러다가 나 죽이려는거 아닌지 모르겠네.
친구: 아냐... 괜찮아......
나: (난 안 괜찮아!!!!) ...하하 누가 이기던 말던 난 별로 신경 안쓰이는데...
친구: 난 평소 스포츠에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국제전에선 내 나라를 응원할수밖에 없단 말야!
나: (누군 아니래!) 그래, 당연하지! 나도 그런걸. 하지만 보다시피 난 야구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구라중)
친구: 응 그래보인다...


이러면서 다시 미묘한 침묵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이시밤 ㅠㅠ 내 나라를 응원하기는 커녕 아예 아무런 관심이 없는것처럼 굴어야 하는 이 맘을 아나요.... 실제로 2002 월드컵때 한국이 이탈리아 이긴적이 있었잖습니까? 이탈리아에서 40년 이상을 사신 제 이모 할머니께서 그 이후에 전화가 오셨더랍니다. [솔직히 한국이 졌으면 했다]라는 통화내용에 저희 가족은 그때만해도 "할머니 너무 하신다, 한국인이면서 어쩜 그렇게 말을 하셔??"라고 했지만 실제로 지금은 십분 이해가 되네요. 전 그냥 친한 친구이면서 룸메가 일본일이라는것뿐인데 그 나라 사람들 한가운데서 모두의 분노를 받는다는건 정말 무서울거에요. 아무튼 지금 이 게임에 나까지 적대시하고 흥분했다간 정말 좋은 친구 관계하나 파산낼거같는 이 위험한 분위기때문에 토나올 정도네요. 이러니 솔직히 더더욱 한국이 이겼으면 합니다만!! 우리 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랑 우리 나라를 응원하는것도 참 기쁜일이에요. 아무튼 그래서 이글루에서라도 한국말로 솔직히 응원해봅니다.

한국 화이팅!!!!!!!!!!!


그리고 이거 쓰자마자 일본 친구가 환호를 하네요 이런 씨ㅏㅓㅗㅁㅈㄹㅇ러ㅏ
[+]결국 일본이 이겼다는 소리 듣는 순간 이 캥거루가 된 느낌.
아 좀 밉다... 그렇다고 화를 낼수있는것도 아니고... 아 속 쓰려....

[+]그래도 좋은 게임이였습니다. 한국 선수분들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by choi | 2009/03/24 14:38 | BRAVO MY LIFE | 트랙백 | 덧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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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민수 at 2009/03/24 14:40
ㅋㅋㅋㅋㅋ 고생 많으시네요.
Commented by choi at 2009/03/24 14:43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머리가 아파옵니다
Commented by 로그 at 2009/03/24 14:42
쓰시자마자 경기 끝OTL.....................ㅠㅠㅠㅠ
Commented by choi at 2009/03/24 14:43
오갓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mmented by Dobina at 2009/03/24 14:48
아아 쓰러집니다. 리플들 보니 한국이 진거 같군요 ;;; 수고하셨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choi at 2009/03/24 14:49
제가 수고한게 아니라 선수들이지만요 ㅠㅠ 으흑 난 그래도 이 소식을 일본친구에게 듣고싶지 않았어요...
Commented by 도람 at 2009/03/24 14:48
아... 학교에서 급하게 끝나자마자 텨와서 간신히 9말부터 보았는데...ㅠㅠ
결과는 많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박수를 보냈습니다ㅋㅋ
일본인과 같은 방 쓰시넌 쵸이님 넘 고생 많으시구...ㅠㅠ 진짜 그 답답하고도 미묘한 심정이 막 전해져 와서 제가 다 가슴팍을 치게 됩니다ㅠㅠ
Commented by choi at 2009/03/24 14:50
그럼요. 정말로 많이 수고들 하셨지요!
전 그동안 제대로 챙겨오지도 봐오지도 않고 결과 듣고 [우와 이겼구나 만세!]하던 사람이였지만
참 지금은 미묘미묘미묘합니다orz 그래도 도람님이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
Commented by 아꾸 at 2009/03/24 15:04
일본인 교수와 수업 들어가기 전 5분동안 야구 이야기 했던 나는...ㅇ<-<
이왕 일본이 우승-_-했으니 내일 수업은 제끼자고 해야겠다; 이대론 억울해서;;;
그래도 결승전까지 모두 수고하셨으니 그것만으로도 훈훈... 태균씨도 훈훈...<<<
Commented by choi at 2009/03/24 15:05
그래도 싸장님은 뭔가 요구라고 할수있지 않습니까 흑흑 ㅠㅠ
그래도 확실히 우리나라 너무 멋졌고 그동안 행복하고 즐거웠으니 훈훈엔딩
Commented by Hyunster at 2009/03/24 15:08
아아악 그 심정 알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mmented by choi at 2009/03/24 15:08
동지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떠돌 at 2009/03/24 15:30
저도 일본에서 좀 살았던지라 그 기분 잘 알죠...
Commented by choi at 2009/03/24 15:31
ㅠㅠ 전 그나마 미국에서있는죠 일본분들 한가운데서 계셨음 정말 힘드셨겠네요;;
Commented by yujin0_0 at 2009/03/24 16:39
저는 일본에 사는데다가 애인님이 일본분이랍니다.............................
사랑스런 애인님도 이럴땐 왠수죠........왠수.......................
때려주고 싶어요...................
Commented by choi at 2009/03/24 23:27
무무려 애인님이 일본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휴 그 심정은 저도모를정도겠네요! 힘내세요!!
Commented by cloud at 2009/03/24 17:07
ㅋㅋㅋ재밌게 잘 봤어요. 그래도 우리나라 선수들 잘 싸웠으니 됐죠. 지난번에는 4강까지 갔고 이번엔 결승에 갔으니 담번에 우승하면 될 것 같아요. ㅎㅎ
Commented by choi at 2009/03/24 23:27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죠, 이번 WBC에서도 늘 멋진 모습만 보여주셨으니 다음엔 꼭!!
Commented by 전원북 at 2009/03/24 18:09
십분 이해를 한다는 말은 진정한 일본 한자입니다. 일본어는 충분과 십분이 발음이 같거든요. 그래서 언어 유희로서 충분을 십분으로 써놓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충분을 일본처럼 십분이라고 할 필요는 없겠지요. 더욱 문제는 십분이 표준어라는 사실입니다!
Commented by choi at 2009/03/24 23:34
전 여태껏 十分(십분)은 "1/10"이 10개가 있어서 100%, 그래서 "십분"은 "충분"과 같은 뜻으로는 알고 있었고 이게 일본에서 온것이였나, 하고 찾아보니 아니라는데요?

[십분(十分)을 일본식 한자어로 잘못 알고 이의제기하는 분들이 있어 보충하겠습니다.

십분(十分)은 충분하다는 뜻의 한자어로 중국어 ("shifen"), 한국어("십분"), 일본어("じゅうぶん") 모두 쓰입니다. 당연히 중국에서 먼저 쓰인 말로, 백거이(白居易)의 《和春深詩》에도 "十分杯裡物, 五色眼前花"라 쓰인 것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게 표준어로 등록이 되어있다면 어디서왔든 그걸 쓰던말던 제 마음 아닙니까? 제가 여기서 안티일본을 외치는 것도 아니고 꼭 사람을 묘하게 몰아가네요. 뭐 비로그인이 다 그렇겠지만
Commented by 기리기리 at 2009/03/24 18:42
나도 쫌 공감 가는게...평소에 서로 메일 주고받는 동인쪽으로 알게 된 일본인이 있는데...그 사람 다이어리를 보면 야구 이야기를 막 써놨던데,참 착잡하면서도 그냥 모르는 척 할 수밖에 없더라ㅠㅠ 내가 거기서 한마디라도 했다간 우리 좋은 사이 다 무너질 것 같고 막 그래서ㅠㅠ 그래도 난 속으로 한국을 응원했을 뿐이고ㅠㅠ아쉽지만 우리 선수들 준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 것에 만족해야지...;ㅗ;
Commented by choi at 2009/03/24 23:35
끌끌 사람들은 성벽을 넘고 국가를 넘어~ 이런 소리들 쉽게쉽게 하는데 참 그게 쉬운게 아니죠(먼산)
ㅇㅇㅇㅇㅇ 그래도 우리나라 선수 너무들 잘해줘서 기뻐요!
Commented by 닭고기 at 2009/03/24 22:33
저는 일본어회화 공부중이라서 일본인에게서 배우고 있는데, 오늘 결과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전에 이겨온게 있으니 승자의 여유를 부리며 선생님에게 "다르빗슈 유 참 잘 생겼어요.^^"라고 했는데 집에 와보니.....ㅠㅠ 정작 선생님은 "얼굴이 너무 사나워서 싫어요." 하고선 오늘 야구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 하셨는데, 이 포스팅 보니 그 선생님은 그 순간 '얘가 한국이 졌는데 왜 야구이야기를 꺼내는거지?' 하고 일부러 이야기 안하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ㅠㅠ
Commented by choi at 2009/03/24 23:36
그런 식이라면 참 좋으신 일본 분이시네요... 아니면 한국에서 계시니 일본이 이긴게 기쁘지만 오히려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상태일수도 있으실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더욱 말을 아끼려는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Commented at 2009/03/26 17:2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choi at 2009/03/28 19:22
아니 잘 푸네 안푸네라고 할거까지야; 워낙 사이가 좋다보니 그냥 미묘하다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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